
신청 서류 준비하다가 하루 다 보냄
지난달부터 할머니가 깜빡깜빡하시는 게 부쩍 심해지셔서 엄마랑 상의 끝에 장기요양 등급 신청을 알아보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안내 자료를 봐도 도통 무슨 소린지, 이게 1등급인지 인지지원등급인지 복잡하기만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내려받았는데, 무슨 서류가 그리 많은지. 의사소견서도 필요하다고 해서 동네 내과에 전화를 돌렸다. 어떤 곳은 예약이 꽉 찼다고 하고, 어떤 곳은 치매 진단이 안 되어 있으면 소견서 발행이 어렵다고 해서 진땀을 뺐다. 겨우 시간을 내서 할머니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대기 시간만 1시간 넘게 걸렸는데, 병원비로 3만 원 정도 쓴 것 같다. 생각보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기운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찾아온 조사관님과의 짧은 만남
서류 접수를 마치고 2주 정도 지나니 공단에서 조사관님이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이때 제일 걱정했던 건 할머니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시거나, 평소보다 너무 멀쩡하게 행동하시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괜히 등급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감 같은 거랄까. 그런데 막상 조사관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할머니가 평소엔 잘 하시던 단추 채우기를 전혀 못 하시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했다. 40분 정도 지났나, 질문 몇 개 하고 가셨는데 이게 끝인가 싶어서 허탈하기도 했다. 뭔가 더 구체적인 검사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조사관님은 그냥 담담하게 절차를 설명해주고 떠나셨다.
생각보다 더딘 기다림과 애매한 결과
등급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30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매일 우편함만 확인하게 되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결국 인지지원등급을 받았는데, 이걸로 뭘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는 건지 사실 지금도 정확히 다 알지는 못하겠다. 주야간 보호센터를 이용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집 근처 센터들의 이용료나 식비 같은 게 매달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드는 것 같았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이런 정책들이 생각보다 현실적인 비용 부담을 완벽하게 덜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 지인들 말로는 시설마다 서비스 질도 다르고, 대기 순번도 길어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정책이라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진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소아과 진료 공백이나 대체 복무 같은 의료 현장 이야기들이 나오던데, 우리 할머니 돌봄 문제도 그렇고 복지라는 게 참 멀고도 가깝다. 동네 편의점에서 파는 건강 간편식 같은 소소한 지원 사업들도 있지만, 정작 필요한 노인 돌봄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촘촘하지 않은 느낌이다. 시청이나 의회에서 복지 예산 늘린다는 기사를 봐도 우리 집 식탁에 당장 변화가 오는 건 아니니까. 어제는 화성이나 수원 쪽에서는 ‘그냥드림’ 같은 복지 공간도 만든다는데, 우리 동네는 딱히 그런 게 보이지 않아서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들
지금은 인지지원등급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서비스들부터 하나씩 알아보고는 있는데, 이게 정말 최선인가 싶을 때가 많다. 앞으로 할머니 인지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등급 변경 신청도 다시 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그 서류 뭉치들을 다시 챙길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정책은 정책이고, 결국 실질적인 부담은 다 가족이 지는 구조 같아서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렇다고 당장 내가 할머니를 24시간 돌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 기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단추 채우기가 잘 못 하시던 모습이 정말 안타깝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가족들과 복지 제도를 알아보면서 꼼꼼하게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지지원등급 신청하는 게 그렇게 쉽진 않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요, 서류 준비 자체가 정말 정신 없었어요.
저도 어르신 케어 관련 서류 준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냥드림’ 같은 공간이 생기면 정말 도움이 될 텐데, 동네에 없어서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