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복지과 문턱을 넘는 일
솔직히 처음에는 가기가 싫었다. 내가 긴급복지 지원을 받는 신세가 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큰 수술을 연달아 하고 일을 쉬게 되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산시청 근처를 지나다닐 때는 그냥 건물이구나 싶었는데, 막상 상담 창구 앞에 앉으니 손끝이 조금 떨렸다. 담당 공무원분은 사무적으로 굴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져간 서류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묻는 질문들이 괜히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이거 정말 다 사실인가요?’라는 말을 묻는 건 아닌데, 서류를 검토하는 그 시간 동안 내 삶의 궤적을 심사받는 기분이었다.
50만 원이라는 애매한 액수의 무게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받고 며칠 뒤, 정확히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며칠 걸리지 않아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금액이 50만 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 외식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월세의 일부일 수도 있는 그 돈이 내게는 당장 이번 달 전기세와 밀린 공과금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법원 쪽에서는 나보고 임시양육비로 얼마를 내라고 하는데,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는 상황에 그 돈까지 계산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7월 말까지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통장 잔고 0원을 보며 매일매일 숨을 참는 기분이다. 50만 원이라는 게 큰 도움인 건 맞는데, 돌아서면 바로 사라지는 숫자라는 게 참 허무하다.
대기업 복지 뉴스 보며 드는 생각
가끔 인터넷을 하다가 포스코 임단협 관련 뉴스를 본다. 거기는 뭐 3대 중증질환 위로금이니 뭐니 해서 회사 차원에서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더라. 우리 같은 일반 시민이 보는 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어떤 곳은 노인회에 보행 보조기구를 기부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국회에서는 월세 세액공제를 늘려야 한다는 기자회견도 열린다. 그런데 왜 내가 직접 겪는 복지는 이렇게 서류 한 장에 울고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책이 좋네 나쁘네를 논하기엔 내 당장의 내일이 더 걱정이라서, 이런 뉴스들을 읽어도 마음 한편이 편하지가 않다. 그냥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구나 싶을 뿐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불안함
내달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긴급지원은 말 그대로 ‘긴급’이라서 다음 달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담당자에게 물어봐도 ‘일단 상황을 보자’는 식의 대답만 돌아온다. 나도 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매뉴얼이 있고 예산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거. 그런데 나는 그 매뉴얼 뒤에 숨겨진 인간의 삶을 사는 거라, 밤마다 잠이 잘 안 온다. 법원에 즉시항고를 할까 싶어 알아보기도 했는데, 변호사 상담 비용이 또 만만치 않아서 관뒀다. 50만 원을 지원받으면서 또 다른 돈은 어디서 깎아야 할지 고민하는 이 순환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어제는 창밖을 보는데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그냥 이렇게 버티는 게 최선인가 싶기도 하고.
전기세랑 공과금 때문에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불안함이 뭔지 뼈저리게 알 것 같습니다.
포스코 임단협 지원금 이야기가 마음이 더 답답하게 느껴지네요. 우리 상황과는 너무 다른 지원 방식이라.
포스코 임단협 뉴스처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서류 준비하는 시간만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50만 원 받는 동안, 법원 쪽에서 요구하는 임시양육비 때문에 정말 답답했을 것 같아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체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