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서류 떼러 갔다가 반나절을 다 썼다

대출 서류 떼러 갔다가 반나절을 다 썼다

어제는 정말이지 진이 다 빠지는 하루였다. 개인사업자 대출이라는 게 그냥 은행 가서 통장 보여주면 끝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막상 정부 지원 대출을 한번 받아보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세상 모든 서류를 다 떼어오라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신용보증재단에서 뭐 지원해 준다는 소식 듣고, 요즘 금리도 높은데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앱으로 신청이 안 되는 구석이 있어서 결국 직접 발품을 팔기로 했다.

동네 세무서에서 시작된 꼬인 실타래

아침 일찍 세무서로 향했다. 사업자등록증명원은 금방 뗄 줄 알았는데, 앞에 대기 번호가 20번이 넘어가더라. 다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서류 한 장 떼려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무인 발급기에서 뽑으면 된다고는 하는데, 하필 내가 필요한 서류는 세부 내역이 포함된 거라 창구 직원을 꼭 만나야 했다. 겨우 내 차례가 돼서 서류를 받았는데, 직원분이 이게 맞냐고 몇 번을 물어보시더라. 사실 나도 이게 정확히 내가 필요한 서류인지 확신이 없어서 대충 맞다고 대답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더 꼼꼼히 물어봤어야 했다. 왜 항상 집에 돌아오면 아차 싶은지 모르겠다.

신용보증재단 창구에서의 긴 대기

세무서에서 서류 몇 장 들고 곧장 신용보증재단으로 달려갔다. 거기는 세무서보다 더했다. 일단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다들 표정이 비슷하더라. 다들 뭔가 절박하거나, 혹은 아주 피곤해 보이는 얼굴들. 기다리는 동안 옆에 앉은 분이 보험설계사 하시는 분 같았는데, 이분도 대출 때문에 세 번째 방문이라며 한숨을 쉬시길래 괜히 나도 덩달아 긴장됐다. 나는 그냥 평범한 개인사업자인데, 법인사업자들 대출받는 거 보면 서류가 훨씬 더 복잡하다던데 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나 싶더라.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을까, 내 이름이 불려서 들어갔는데 상담사분이 서류를 쭉 훑어보더니 보완할 게 있다고 하셨다. 아까 세무서에서 떼온 서류 중에 기간이 1년 단위로 끊겨 있어야 하는데 내 건 3개월치만 나온 거였다. 하, 다시 가야 하나 싶어서 눈앞이 캄캄했다.

비대면 신청이 만능은 아니더라

상담사분이 ‘보증드림 앱’으로 하면 비대면으로 즉시 신청 가능하다고 알려주시긴 하던데, 나는 이미 서류를 다 챙겨온 상태라 그냥 창구에서 처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게 더 큰 고생이었다. 앱을 쓰면 대기 시간 없이 처리된다는 건 알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이렇게 중요한 일을 기계한테 맡기기가 꺼려진다. 예전에 한번 명의 도용 관련해서 안 좋은 소문을 들은 뒤로는 더더욱 그렇다. 뭐라도 잘못되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게 제일 무섭다. 물론 이번에 오프라인으로 갔다가 시간만 엄청나게 쓰고 왔지만, 그래도 내 눈앞에서 직원이 확인해 주는 게 심리적으로는 편했다.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은행 문턱을 넘는 과정의 피로감

신용보증재단 서류를 다 챙겨서 이제 은행으로 가야 한다. 사실 여기가 진짜 본 게임이다. 1금융권 대출이 워낙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가려니 겁부터 난다. 신한이나 하나은행 같은 데서 나라사랑카드나 군 관련 사업자들 우대해 주는 거 보면 나 같은 일반 사업자한테는 금리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대출 금리가 1퍼센트대로 낮아졌다고 좋아하던데, 내 경우에는 이것저것 다 붙으면 결국 4~5퍼센트 수준이 될 것 같다. 이럴 바엔 그냥 안 받는 게 낫나 싶다가도, 월세 내고 재료비 충당하려면 일단 손을 벌려야 하니 이 굴레가 참 벗어나기 힘들다.

끝맺지 못한 서류와의 전쟁

결국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최종적으로 대출 승인이 난 건 아니다. 서류 몇 장 보완해서 다시 오라는 숙제만 안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저녁 7시가 넘었다. 밥 먹을 힘도 없어서 대충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 먹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 사업한다는 게 멋있는 줄만 알았는데, 실상은 이런 서류 뭉치와 대기 시간의 연속이다. 내일 또 오전 일찍 은행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피곤하다. 서류가 승인될지, 아니면 또 뭐가 부족하다고 반려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과정 자체가 너무 비효율적이다. 시스템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정작 내 손에 쥐어지는 건 여전히 종이 서류들뿐이니.

댓글 3
  • 세부 내역 때문에 직원분께 계속 확인받는 모습이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처음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신용보증재단에서부터 은행까지, 서류 준비하는 것 자체에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것 같아요. 특히 금리 때문에 망설이는 마음도 이해가 되네요.

  • 세부 내역 확인은 정말 중요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특히 번거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