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합병 서류 준비하다가 밤을 샜던 기억

법인 합병 서류 준비하다가 밤을 샜던 기억

서류 더미 속에 파묻히기 시작한 첫 주

법인 합병이라는 게 막상 닥치면 단순히 서류 몇 장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처음에는 대충 회계사님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적으로 챙겨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소규모합병 절차를 밟기로 하고 나니, 공고 기간이나 주주들 동의서 확보하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어떤 주주는 연락이 아예 안 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하냐며 전화를 걸어와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서초동에 있는 법률사무소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보기도 했는데, 상담 비용만 해도 30분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부르는 곳이 많았다. 당장 결정된 건 없는데 상담료부터 나가려니 마음이 급해져서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깐깐한 대주주 신고와 해외 자료

특금법 개정 때문인지 가상자산 관련 법인들은 내부 통제가 정말 까다로워졌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주주 변경 관련 서류를 챙기다 보니 해외 서류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외 대주주가 포함되어 있다 보니 그쪽 공증 서류를 떼어오는 데만 2주가 걸렸다. 우편으로 서류를 주고받는데 분실이라도 될까 봐 매일 배송 추적만 들여다보던 기억이 난다. 합병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 법무팀이랑 의견 조율을 하는데, 나중에는 글자가 눈앞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사실 이 시기에 우리종합금융이나 한국포스증권 같은 대형 합병 사례들을 뉴스에서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들은 수십 명의 전문가가 붙어서 처리할 텐데, 나는 회의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혼자 치우고 있으니 현타가 오기도 했다.

매입세액 공제 문제로 머리가 아파질 때

정말 골치 아팠던 건 세금 문제였다. 합병 직전에 B법인이 A법인 대신 대금을 납부하고 세금계산서를 끊어둔 게 있었는데, 이게 나중에 세무조사 때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실질 용역 귀속이 A법인으로 밝혀지면 가산세를 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세무사님을 다시 불렀다. 합병 절차 도중에 비용 처리 방식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끊긴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는 것도 절차가 복잡해서 거의 일주일 내내 세무 대리인과 통화만 했던 것 같다. 합병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예전 부가세 환급 신청 내역을 뒤져보며 밤잠을 설쳤다. 그때 들인 노력이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차라리 처음부터 로펌에 완전히 위임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담합 금지 조항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

합병을 준비하면서 하도급법이나 공정거래법 관련해서도 계속 체크해야 했다. 혹시나 우리가 의도치 않게 공동 거래 거절로 오해받을 소지는 없는지 법률 검토를 받는 과정이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예전에 신문 통신사들이 합병해서 UPI가 되었던 사례를 공부하면서, 우리 합병이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하는 게 마치 대학생 때 과제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실무는 그저 어떻게 하면 세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등기소에 제출할 서류에 도장을 하나라도 덜 빠뜨릴까 하는 아주 사소하고 지루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합병이지만,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그 피로감이 있다.

여전히 남은 미묘한 불안감

합병은 결국 완료되었지만, 서류상으로 끝났다고 해서 마음까지 편해지는 건 아니었다. 가끔 회사 우편함에 합병 전 법인 명의로 된 고지서나 관련 서류가 날아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나 놓친 세금 문제가 뒤늦게 터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등기만 마치면 모든 게 정리된다고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 이후에 얽힌 잔무가 오히려 더 힘들다. 합병 전후로 회계 정리를 완벽하게 했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세무 조사 시즌이 돌아오면 또 다시 서류 상자를 열어보며 마음 졸이게 될 것 같다.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아마 무조건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넘기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의 스트레스 비용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

댓글 2
  • 해외 서류 때문에 서류 전달만으로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정말 쉽지 않았겠네요.

  • 해외 서류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오래 붙잡고 있었다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싱크로율이 높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