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코틀린 수업을 듣겠다고 신청서를 냈던 날

퇴근하고 코틀린 수업을 듣겠다고 신청서를 냈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국비 지원 신청

지하철 타고 퇴근하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맨날 똑같은 업무만 반복하는 게 지겨워서 뭐라도 배워야겠다고. 그때 알게 된 게 내일배움카드였다.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카드인데, 막상 발급받으려고 보니 생각보다 절차가 귀찮았다. 고용노동부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하고, 실명 인증을 몇 번이나 거치고 나니 벌써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서류 몇 장 내면 끝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 온라인으로 하라니까 그게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300만 원이라는 국비 지원 한도가 내 계좌에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괜히 큰돈 버는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집 근처 학원과 상담실의 풍경

부산 서면 근처에 있는 취업아카데미 몇 곳을 뒤져봤다. 데이터 분석이나 코틀린 같은 개발 관련 수업이 눈에 띄었는데, 막상 상담을 가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삭막했다. 점심시간 직후에 찾아갔는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너무 바빠 보여서 눈치를 좀 봤다. ‘직장인인데 퇴근하고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커리큘럼 따라오기 힘들 텐데 괜찮겠어요?’라는 식이었다. 뭔가 응원보다는 경고를 듣는 기분이라 잠깐 고민이 됐다. 수강료가 국비로 전액 지원되는 과정도 있었지만, 내 시간을 쏟아붓는 만큼 결과가 안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의 무게감

과정을 살펴보니 거의 6개월 정도를 잡아야 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주 5일. 퇴근하고 바로 학원으로 뛰어가면 딱 맞는데, 회식이라도 생기면 그날 수업은 그대로 날리는 꼴이다. 6개월 동안 사람 만나는 거 줄이고, 주말에도 과제 하느라 꼼짝 못 할 걸 생각하니 갑자기 아찔했다. 예전에 KDT 과정 들었던 지인은 수업 듣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카드를 재발급받으면 다시 300만 원 한도가 채워진다고는 하는데, 그 지원금보다 중요한 건 내 퇴근 후의 시간인 것 같다.

여전히 고민만 반복되는 일상

결국 신청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창을 닫았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코틀린 전문가가 된 것 같았는데, 현실의 나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씻고 누우면 밤 10시가 넘는다. 문경시청 공무원들이 국비 300억 확보해서 지역 발전시킨다는 뉴스나 보고 있으니, 내 인생의 국비 300만 원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알찰지 더 고민만 깊어졌다. 돈은 정부가 지원해준다는데 정작 내 의지가 지원금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다. 아마 내일쯤 다시 사이트에 접속해서 강의 목록을 기웃거리겠지만, 정말 결제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다음 달까지는 지금 하는 업무나 좀 더 익숙해져 볼까 하는 핑계를 대본다.

댓글 3
  • 국비 지원받으려고 신청했는데, 시간 관리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회식 때문에 수업을 놓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네요.

  •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시간 관리가 핵심인 것 같아요.

  • 부산에 있는 곳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저도 뭔가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