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까지 오토캐드 배우러 다니다가 카드 발급에서 막혔던 날들

서면까지 오토캐드 배우러 다니다가 카드 발급에서 막혔던 날들

혼자서 유튜브 보고 깨작거리다가 한계를 느낀 순간

부산에 내려온 지 이제 1년 정도 되었다. 원래 서울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내려왔는데, 갑자기 도면 그리는 일을 조금 도와줄 일이 생겼다. 2D 캐드 정도는 대충 독학으로 하면 되겠지 싶어서 유튜브를 켜고 선 그리기부터 연습했다. 그런데 이게 혼자 하려니까 화면 너머로 강사가 휙휙 누르는 단축키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마우스 휠 설정하는 것부터 막혀서 혼자 버벅거리다 보니 시간만 가고 진도는 안 나가더라. 역시 몸이 움직여야 공부를 하겠다 싶어서 집 근처든 어디든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산내일배움카드 신청 과정에서 겪은 자잘한 귀찮음들

국비지원이 된다길래 인터넷으로 부랴부랴 직업훈련포털에 들어가서 부산내일배움카드를 신청했다. 요새는 세상이 좋아져서 금방 나오는 줄 알았는데, 서류 확인하고 승인 대기하는 시간만 거의 2주 가까이 걸렸다. 게다가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지정된 은행 창구에 직접 가야 하거나 우편으로 받아야 하는데, 우편 배송도 며칠이 더 걸린다고 해서 결국 점심시간을 쪼개서 은행에 다녀왔다. 신청 과정에서 고용센터 담당자랑 전화 통화가 한 번에 안 돼서 계속 전화를 걸어야 했던 사소한 짜증도 있었다. 나라에서 돈을 보태주는 거니 이 정도 절차는 감수해야지 싶으면서도, 왜 이렇게 단계마다 확인해야 하는 게 많은지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서면 SBS아카데미컴퓨터아트학원으로 결정하게 된 나름의 비교

일단 카드는 받았으니 학원을 골라야 했다. 집이 부산대 근처라 그 주변 동네 학원들을 먼저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캐드 단과 반이 잘 개설되지 않거나 시간대가 애매했다. 인터넷 강의인 패스트캠퍼스 같은 걸 결제해서 집에서 편하게 들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패스트캠퍼스는 평생 소장 강의가 20만 원대 초반이었는데, 내 성격상 집에서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며칠 하다가 분명히 딴짓을 할 게 뻔했다. 결국 오프라인으로 몸을 움직여야겠다 싶어서 찾다가 서면역 2호선 8번 출구에서 도보로 몇 분 안 걸리는 SBS아카데미컴퓨터아트학원 부산지점을 선택했다. 일단 교통이 편해 보였고 상담 전화했을 때 다음 주에 바로 개강하는 반이 있다고 해서 엉겁결에 등록을 결정해 버렸다.

첫 수업부터 퇴근 시간 서면 지하철역의 혼잡함까지

수업은 저녁 7시 타임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피곤한 시간대였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역에 내리면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환승하는 사람들로 통로가 꽉 차서 출구로 걸어 나오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학원 건물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강의실 컴퓨터 사양도 나쁘지 않았는데, 수업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강사분은 친절하긴 했지만, 진도를 나가야 하니 쉴 새 없이 단축키를 설명하고 넘어갔다. 화면을 보면서 드로잉을 하다가 잠깐 삐끗해서 라인이 엉키면 질문할 타이밍을 놓치고 혼자 낑낑대기 일쑤였다.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는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나만 버벅거리는 것 같아서 속으로 혼자 주눅이 들기도 했다.

국비지원 자부담금 18만 원의 가치와 남은 찜찜함

2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저녁마다 서면으로 출석 도장을 찍었다. 전체 수강료 중에서 부산내일배움카드 혜택을 적용받고 내가 실제로 결제한 자부담금은 약 18만 원 정도였다. 교재비는 따로 안 들었지만 수업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0시가 넘어가서 야식 사 먹는 비용이 더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두 달 과정이 지난주에 끝났고, 이제 기본적인 2D 도면을 보고 선을 그리고 치수를 넣는 것 정도는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레이어 설정이나 출력을 위한 플롯 영역 잡는 건 할 때마다 헷갈린다. 학원 다닐 때는 강사가 옆에서 바로바로 짚어주니까 아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집에 와서 내 노트북으로 캐드를 켜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다음 달에 심화 과정을 더 들어야 하나 고민이 되지만, 매일 저녁 서면역의 그 혼잡한 인파 속으로 다시 들어갈 엄두가 선뜻 나지 않는다.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혼자 더 연습해보는 게 나을지, 아니면 돈을 더 쓰더라도 붙잡고 늘어져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댓글 1
  • 유튜브로 혼자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은 정말 공감돼요. 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