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을 고민하며 여러 자격증과 직무교육을 기웃거리던 시기
원래는 전공과 크게 상관없는 새로운 길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업잘되는자격증 같은 단어들을 매일같이 검색창에 두드리곤 했다. 한때는 전문직 사무실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 혼자 책방에서 법공부 수험서를 사서 몇 페이지 뒤적거려 보기도 했고, 행정사 시험 같은 것도 슬쩍 알아봤었다. 하지만 법률 용어들은 외우기도 벅차고 두꺼운 기본서를 몇 장 채 넘기지도 못해 포기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갈팡질팡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에 우연히 요즘은 코딩이 대세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듣게 되었고, 나도 할 수 있을까 싶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여러 직무교육 목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트텐트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다양한 교육 과정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매일 밤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비전공자도 몇 개월만 참으면 누구나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는 문구들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홀린 듯이 신청서를 작성해 나갔다.
국비지원부트캠프를 고르고 역삼역 근처 강의실로 통학하던 날들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교육비 전액을 나라에서 지원해 준다는 K-디지털트레이닝 과정이었다. 일단 당장 수백만 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컸지만, 교육이 진행되는 곳이 서울 강남구 역삼역 근처에 있는 학원이어서 매일 통학하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경기도 외곽에 있는 집에서 아침마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학원 강의실까지 가는 데만 편도로 대략 1시간 20분이 걸렸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온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코딩 창만 들여다보는 일정은 생각보다 몸을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수업료는 국비지원부트캠프 덕분에 무료였지만, 막상 실습을 하려니 원래 쓰던 느린 노트북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눈물을 머금고 140만 원에 달하는 고사양 노트북을 새로 구매해야 했다. 매월 교통비와 식비, 카페에서 겨우 버티기 위해 사 마시는 커피값까지 합치면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이 그냥 깨졌기 때문에, 공짜 교육이라는 말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프론트엔드개발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마주한 React와 Vue.js의 벽
기왕 시작하는 거 시각적으로 바로 피드백이 오는 분야가 나을 것 같아서 프론트엔드개발자 트랙을 선택했다. 처음 한두 주 동안 HTML과 CSS를 배울 때만 해도 나름대로 레이아웃을 잡고 색을 입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자바스크립트 기본 문법을 넘어서고 비동기 처리니 API 통신이니 하는 것들이 나오자 머릿속이 엉키기 시작했다. 강사님은 요새 트렌드라며 VUE.JS와 React를 연달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비교적 코드 구조가 직관적이라는 VUE.JS를 다룰 때는 흉내라도 낼 수 있었는데, React 컴포넌트와 훅 개념으로 넘어가자 완전히 길을 잃었다. 남들은 척척 코드를 짜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구글에 돌아다니는 예제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기에 급급했고, 에러가 나면 왜 나는지조차 알지 못해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기대와 달랐던 IT기업 현업 강사의 수업 방식과 어색했던 팀 프로젝트
강의를 맡았던 분은 꽤 알려진 IT기업 출신의 개발자라고 들었다. 현업의 실무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잔뜩 기대를 품었지만, 정작 수업 방식은 초보자의 속도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강사님은 자신이 예전에 회사 프로젝트에서 썼던 REACTNATIVE 기반의 하이브리드 앱 모듈을 가져와 설명해 주셨는데, 기초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들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 언어로 들렸다.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면 공식 문서를 먼저 꼼꼼히 읽어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와서 나중에는 질문하는 것도 포기하게 되었다. 4개월 차부터 시작된 팀 프로젝트는 더 엉망이었다. 모인 팀원들 모두 코딩 실력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사소한 버그 하나 때문에 이틀 내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어떤 팀원은 중간에 코딩이 적성에 안 맞는다며 구석에서 슬며시 마케팅공부 책을 펴놓고 독학을 시작했고, 팀 분위기는 갈수록 어수선해졌다.
과정을 끝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남는 불안감과 애매한 결과물
결국 어영부영 6개월의 훈련 기간이 지나갔고 내 손에는 삐걱거리는 포트폴리오 사이트 하나가 남았다. 부트텐트에서 수많은 후기를 읽으며 상상했던 멋진 개발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전히 구인 사이트의 지원 자격 요건을 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기초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면접 제의가 와도 막상 기술 질문에 제대로 답할 자신이 서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그냥 조금 덜 힘들고 안정적인 직종을 찾아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지만, 이미 쏟아부은 시간과 고가의 노트북을 생각하면 쉽게 다른 길로 돌아서기도 어렵다. 당장 내일도 깃허브 잔디를 심기 위해 의미 없는 커밋을 반복해야 하는 내 처지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VUE.JS는 괜찮았는데, React의 훅 개념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느껴지네요. 특히 처음에는 코드를 복사 붙여넣는 방식이 익숙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