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을 사업 보조금 신청하다가 진이 다 빠졌다

우리 동네 마을 사업 보조금 신청하다가 진이 다 빠졌다

지난주에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 사업 공모 소식을 우연히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마을 예쁘게 꾸미고 태양광 패널 같은 거 몇 개 설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알아보니 최대 5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된다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면서도, 그 뒤에 따라오는 행정 절차는 정말이지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솔직히 말하면 5억이라는 숫자가 처음에는 눈을 멀게 했지만, 보조율이 50%라는 건 결국 우리 쪽에서도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든 마련하거나 현물로 채워야 한다는 소리라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머리만 아파졌다.

일단 시작하면 서류부터 산더미다

공고문을 보고 한국환경공단 바이오가스센터 홈페이지를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다. 신청 서류가 한두 장이 아니다. 사업 계획서는 기본이고, 마을 주민들의 동의서에, 향후 에너지 생산 설비가 들어섰을 때 어떻게 운영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요구했다. 우리 마을엔 공대 나온 사람도 없고 다들 퇴근하고 모여서 ‘이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늘어놓았다. 누구는 그냥 시청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다 물어보자고 했는데, 막상 통화 연결하는 것도 일이더라. 상담원 연결까지 기본 15분은 대기해야 했고, 막상 연결되어도 담당 부서가 아니라고 다른 곳 번호를 알려주는데 그 번호는 또 신호만 가고 안 받았다. 이게 나라 돈 받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멀게 느껴졌다.

돈 받는 게 아니라 빚지는 기분이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사업 타당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게 참 애매하다. 예를 들어 설계비 지원을 5억까지 해준다 해도, 그게 그냥 통장에 꽂히는 게 아니다. 설계 업체랑 계약하고,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그걸 다시 정산 보고하는 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모른다. 예전에 사주 보러 갔을 때 들었던 ‘주별 보조값’ 같은 운세가 차라리 더 단순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때 역술인이 뭐라 했더라, 일주 십이운성이 병이고 어쩌고 했는데 지금 내 상황이 딱 ‘병’에 걸린 것 같다. 도대체 우리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옆 동네에서는 작년에 이런 비슷한 사업 지원했다가 정산 때문에 공무원들이랑 몇 달을 싸웠다는 소문도 들려서 더 마음이 불안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가능할까 싶은 의문

결국 우리끼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관련 컨설팅 업체라도 찾아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보조금 사업 타먹으려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경고글을 봐버렸다. 실제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 보면 ‘전문가와 함께하라’고 써진 게 많은데,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다 보조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가려는 게 아닌가 싶어 의심만 깊어졌다. 전기차 보조금 같은 거 산정할 때도 국산 부품 썼냐 아니냐 따지듯이, 우리도 사업 진행하면서 ‘산업 기여도’나 ‘절차 준수’를 완벽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한양여대 같은 데서 하는 IC-PBL 수업이나 캡스톤디자인 같은 거 보면서 ‘우리는 왜 이런 거 옆에서 도와줄 학생도 없나’ 싶고 서글퍼졌다.

끝없는 정산 보고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신청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지금 우리는 사업 계획서 초안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매일 저녁 마을 회관에 모여서 커피 마시며 떠드는 시간이 사실상 회의의 전부다. 누군가 ‘그냥 하지 말까?’라고 던지면 다들 침묵하다가, 다시 보조금 공고문을 쳐다본다. 이 5억이라는 돈이 우리 마을을 진짜 에너지 자립 마을로 만들어줄지, 아니면 우리를 행정의 미로 속에 가둬버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처음에는 마을에 태양광 설비 생기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이 서류 뭉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제일 큰 고민이다. 이 신청 과정이 끝나고 실제로 사업이 시작되면 또 얼마나 많은 불만들이 터져 나올지 벌써부터 피곤하다. 일단 내일 다시 한번 구청에 전화해 볼 생각인데, 이번에는 제발 한 번에 담당자가 받았으면 좋겠다.

댓글 3
  • 5억이면 정말 부담이 많이 되네요. IC-PBL 수업처럼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 보조금 관련 서류 준비하는 거 정말 번거로워 보이네요. 저희 동네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 사업 계획서 초안을 쓰기도 힘든데, 주민 동의서까지 필요한 게 맞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