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배움카드 신청부터가 고비였다
사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요즘 다들 파이썬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내일배움카드를 쓰면 수강료도 거의 안 든다길래 그냥 신청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시작부터 좀 꼬였다. HRD-Net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하는데, 인증서 갱신부터 말썽이었다. 2026년 기준이라고 해도 왜 이렇게 시스템은 항상 복잡한 건지 모르겠다. 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받기까지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그냥 카드 하나 받는 건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중간에 배송 조회도 안 되어서 답답해서 고객센터에 전화까지 해봤다. 상담원은 친절했지만, 결국 기다리는 건 나였으니까. 신청 방법이 인터넷에 널려있다고는 해도 막상 하려니 챙겨야 할 서류나 체크 항목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고용노동부 지침이 바뀔 때마다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집 근처 학원과 온라인 사이의 괴리
카드를 받고 나니 이제 어떤 수업을 들을지가 문제였다. 처음엔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양성 과정이나 AIoT 설계 같은 거창한 제목의 수업들을 보고 혹했다. 그런데 막상 상세 페이지를 보니 수업 시간이 문제였다. 주말반은 집에서 너무 멀었고, 평일 저녁반은 내 퇴근 시간과 아슬아슬하게 겹쳤다. 결국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실습이 섞인 과정을 골랐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관리가 안 된다. 줌으로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 목소리는 잘 들리지만, 실습 환경 구축하는 것부터 진이 다 빠졌다. 파이썬 설치하고 아나콘다니 주피터 노트북이니 환경 설정을 하는데, 내 컴퓨터만 유독 에러가 나는 것 같아서 강의 중간에 멈추고 구글링하느라 진땀을 뺐다. 남들은 금방 한다는 기초 문법 실습인데도 나만 계속 멈춰있으니 기분이 영 묘했다. 학원 수업료는 30만 원 정도 지원받는 구조였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시간이 들어가는 게 더 컸다.
4차 산업혁명이라기엔 너무나 사소한 에러들
수업 내용 중에 파이썬으로 기초 수학 개념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과정이 있었다. 사실 고등학생 때 미적분이나 대수를 공부할 때 이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그런데 막상 코드를 직접 짜보려니 논리 연산에서 계속 막힌다. 단순히 코드 한 줄 복사해서 붙여넣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로직을 구현하려니 머리가 핑 돈다. 특히 리스트나 딕셔너리 같은 자료형을 다룰 때 괄호 하나 틀려서 프로그램이 멈추는 걸 보면 이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가 되는 길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데이터 분석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지금 내 수준으로는 간단한 엑셀 파일 하나 읽어오는 것도 벅차다. 교수님은 너무나 당연하게 “이건 쉬우니까 넘어가죠”라고 하시는데, 나는 화면을 캡처해서 다시 돌려보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와는 또 다른 프로그래밍의 벽
예전에 잠시 네트워크 관리사 공부를 할 때 느꼈던 답답함과는 또 다른 결이다. 네트워크는 그래도 선 연결하고 IP 설정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는데, 파이썬은 논리 구조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어제는 코드 50줄짜리를 짜다가 마지막에 세미콜론인지 들여쓰기인지 때문에 계속 오류가 나서 새벽 1시까지 붙잡고 있었다. 결국 해결은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소모적이라 다 하고 나니 허무했다. 친구는 옆에서 “그냥 생성형 AI한테 물어보면 다 짜주는데 왜 고생하냐”고 하지만, 막상 AI가 짜준 코드를 내가 해석하지 못하면 나중에 내 기술이 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하나하나 다 쳐보고 있는데, 이게 진짜 맞는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공부하다 보니 드는 묘한 의구심
지금 이 공부를 끝내고 나면 내 삶이 얼마나 바뀔까? 사실 당장 이직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발자로 전향할 마음이 아주 확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시작한 게 큰 것 같다. 주변에서는 다들 SQLD 시험도 보고 파이선 공부도 한다길래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시작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요즘은 그냥 코드 잘 돌아가는 거 보면 잠시 기분이 좋을 뿐, 이걸 어떻게 써먹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어차피 취미로 하는 거라면 좀 더 즐겁게 해도 될 텐데, 왠지 국비 지원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억지로 의무감을 갖게 된다. 다음 주에는 딥러닝 실습이 있다는데, 벌써부터 환경 설정 때문에 또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뭐, 그래도 시작했으니 일단 끝은 보겠지만, 이게 정말 내 적성에 맞는 건지는 끝날 때까지도 모를 것 같다.
세미콜론 때문에 새벽까지 붙잡고 있었다니, 네트워크 관리 공부 때도 비슷한 답답함이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