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이 꺾이고 나서야 지원금 관련 사이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난가을부터 가게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전기요금, 재료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포털 사이트에 이것저것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 같은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지갑 사정이 급해지니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특히 내가 있는 경기도 지역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있는지 찾아봤다. 생각보다 종류는 많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내 상황에 딱 맞는 걸 찾기는 쉽지 않았다. 새출발기금신청방법이나 다른 금융 지원책도 보였지만 대출을 더 늘리는 건 무서웠고, 당장 실질적으로 비용을 보전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밤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경기도 소상공인지원 관련 공고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마주친 복잡한 서류 목록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라는 곳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점포 환경 개선이나 철거비용지원 같은 실질적인 사업들이 꽤 있었다. 나는 노후화된 간판이랑 내부 벽면 도색 비용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는 경영환경개선사업을 신청해 보기로 했다. 지원 한도가 대략 20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 선이라는 안내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신청을 하려고 지원 시스템 웹사이트에 접속한 순간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사업자등록증명원이나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원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매출 감소를 증명할 수 있는 갖가지 서류들을 첨부하라고 되어 있었다. 한글 파일로 된 서식도 서너 개를 내려받아 직접 작성해야 했는데,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업계획서 비슷한 서식까지 채워야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세무서와 주민센터를 오가며 보낸 아까운 시간들
온라인으로 다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공동인증서 비밀번호가 몇 번 막히고 나니 결국 동네 주민센터와 세무서로 직접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서류 몇 장 떼는 데 드는 수수료는 몇백 원 수준이었지만,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가게 문을 잠시 닫아두어야 하는 손해가 더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겨우 서류를 다 갖춰서 온라인 포털에 등록했는데, 며칠 뒤 보완 요구 메일이 날아왔다. 매출 증빙 서류의 기간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다시 확인하고 세무 대리인에게 연락해 자료를 다시 받아 재제출하는 데만 꼬박 4일이 걸렸다. 혼자 일하는 1인 자영업자에게는 이런 서류 작업 하나하나가 엄청난 시간적 낭비이자 스트레스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른 지역에서 사업하는 지인들의 지원 조건과 비교하며 든 생각
서류를 보완하며 끙끙 앓고 있을 때, 부산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얼마 전에 부산지원금 중에서 소상공인 특별 자금이나 비슷한 환경 개선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거기는 신청 과정이 모바일로 꽤 간편하게 되어 있었고, 요구하는 서류도 경기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플했던 것 같았다. 경기도는 워낙 인구가 많고 신청자가 몰려서 그런지 심사 기준도 깐깐하고 절차도 복잡하게 꼬아둔 느낌이 들었다. 서울시나 타 지자체의 공고와 비교해 봐도, 경기도가 유독 작성해야 하는 한글 양식이 많고 요구하는 증빙의 세부 사항이 까다롭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넓은 지역을 관리하느라 공무원들도 힘들겠지만, 신청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졌다.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 반 동안의 애타는 마음
겨우 최종 접수를 마치고 나니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홈페이지 안내로는 접수 마감 후 한 달 이내에 발표가 난다고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 달 반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중부센터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담당자 연결은 쉽지 않았고 순차적으로 심사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기계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혹시 서류에 또 문제가 있어서 탈락하는 건 아닐까, 괜히 시간만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매일 아침 메일함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가게 인테리어 업자에게는 지원금 선정 여부에 따라 공사를 진행할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미뤄둔 상태라 눈치도 보였고,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지원금은 받았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뒷맛
우여곡절 끝에 선정 문자를 받았고, 공사를 마친 뒤 청구 서류를 또 한 보따리 제출하고 나서야 통장에 지원금이 들어왔다. 돈이 입금된 걸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과정에서 겪었던 그 번거로움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두 번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지원금을 받아 가게 분위기는 조금 밝아졌지만, 근본적으로 손님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서 매달 나가는 월세 걱정은 여전하다. 나라에서 돈을 주는 것이니 꼼꼼하게 검증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하루하루 생업이 바쁜 소상공인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도 이런 지원 사업이 뜬다면, 그 복잡한 과정을 다시 견딜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부산에서 운영하는 식당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경기도의 절차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네요.
사업자등록증명원 같은 서류 준비하는 것 자체가 시간 관리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겠네요.
부산은 정말 편리하게 신청했다니, 경기도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포기할 뻔한 게 안타깝네요.